멀티태스킹이 안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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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학교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에게 새로운 어휘를 지도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사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었지만, 상황 예시를 들어 어휘들 간의 관계 속에서 개념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있었다. 아이가 잘 따라오고, 정반응도 높아서 몹시 뿌듯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수업을 진행하던 중, 아동이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덮었어”라고 말했다. ‘엥? 갑자기?’ 사실 그렇게 들렸을 뿐,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응? 뭐라고?”라고 되묻자, 아동은 시치미를 뚝 떼며 마치 내가 환청을 듣는 선생님인 것처럼 행동했다. 분명히 난 그렇게 들었지만, 똘똘한 녀석이라 빠르게 다시 수업 모드로 돌아왔다. 또 다른 초등 고학년 ASD 아동의 지난주 수업은 하루종일 호명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시도해야 했고,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의도적으로 수업을 조각조각 내가며 진행했던 것이 떠오른다. 이 아동은 언어적 상동행동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히죽히죽 웃는 웃음을 쉽사리 멈추지 못했으며 교사의 다양한 자극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교사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했고, 쉽게 전환되지도 않았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강의를 들으며 메모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멀티태스킹을 어렵지 않게 수행한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들에게 멀티태스킹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 있다. ASD 아동들은 특정한 관심사에 깊이 몰두하면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기 어렵고, 외부 자극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감각 처리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이때, 여러 가지 정보를 한 번에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능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처리 방식에서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모든 ASD 아동이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ASD는 개인차가 매우 큰 스펙트럼을 보이기 때문에 어떤 아동들은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의 ASD 아동들은 새로운 상황이나 복잡한 주제에서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절한 전략과 지원을 제공한다면 ASD 아동들도 충분히 멀티태스킹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겪는 ASD 아동들의 효과적인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은 그 방법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접근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만약 아동이 특정 관심사에 몰두하여 새로운 자극을 무시한다면, 아동의 행동을 멈추게 한 후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시각적 지원(Visual Supports)을 활용하는 것이다. ASD 아동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나친 언어적 자극보다는 그림, 차트, 아이콘 등을 활용한 시각적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 ASD 아동들은 감각 처리에 어려움(Sensory Overload)을 겪어 외부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음이나 어수선한 환경을 정리하여 아동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작업 전환을 미리 예고하여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분 뒤에 정리할 거야. 이제 3분 남았어…”와 같이 전환을 준비하는 시간을 제공하면,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비할 수 있어 아동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쉬운 멀티태스킹부터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래를 부르며 퍼즐 맞추기, 대화하면서 요리하기 등의 쉬운 멀티태스킹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후 받아쓰기나 책을 읽으며 중요한 문장에 줄을 긋는 등의 난이도가 높은 활동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강화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때는 효과적인 강화계획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아동이 멀티태스킹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얘들아, 불필요한 호명 좀 그만하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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