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치료 무엇을 믿어야 할까: 사이버 치료 앞에서 부모가 붙들어야 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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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럽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 “이 치료가 정말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 “혹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부모가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어떤 한 사람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 속에서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권정민의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는 왜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라는 연구를 소개하고, ABA 연구자의 시각에서 부모가 치료를 선택할 때 붙들 수 있는 기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연구가 보여준 ‘사이비 치료’ 선택 과정

    연구는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가?

    연구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자폐증을 완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유명 치료사’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왜 전문가와 부모 사이에 이런 지식의 괴리가 생기는가, 왜 부모는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탐색하기 위해 자폐성장애 아동 부모, 전문가, 장애인 당사자 등 39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근거이론 방법으로 부모의 선택 과정을 이론화했습니다.

    이 연구가 말하는 ‘사이비 치료’의 기준

    연구는 모든 보완·대체요법을 모두 사이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로마, 마사지처럼 아이와 부모를 일시적으로 편안하게 하는 보조적 접근 자체는 문제 삼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할 때 사이비 치료라고 정의합니다.

    • 자폐의 핵심 증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 “자폐를 고칠 수 있다, 완치할 수 있다”고 약속하며
    • 그 결과 시간 손실, 과도한 비용, 혹은 신체·정서적 피해를 남기는 치료.

    즉, “증상 완화를 돕는 보조적 요법”이 아니라, “자폐를 없애는 주 치료로 쓰인다”고 홍보되며 아이와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경우에 사이비의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봅니다.

    부모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흐름

    연구는 부모가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 이유를 크게 두 축으로 나눕니다.

    ​개인 내적 요인

    개인 외적 요인

    이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연구자는 부모의 내면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흐름을 다음 네 단어로 정리합니다.

    절박함 희망 고문 치료사의 신격화 장애 수용의 어려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는 절박함은, “완치”를 약속하는 메시지와 만나 희망을 줍니다. 그러나 이 희망이 근거 없이 반복될수록 ‘희망 고문’이 되고, 부모는 자신을 오래 들어주고 확신을 주는 치료사를 점점 신격화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폐를 “고쳐야 할 질병”으로 보는 관점이 강화되면서,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사이비 치료가 남기는 실제 피해

    연구는 사이비 치료의 문제를 “효과가 없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연구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의 왜곡 이 마지막 지점을 사이비 치료의 가장 큰 문제로 강조합니다.

    부모는 어떻게 사이비 치료를 그만두게 되었나

    흥미롭게도, 연구에 참여한 부모들은 사이비 치료를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이비 치료에서 벗어나는 공통된 계기는 장애 수용이었습니다.

    • ​연구가 말하는 장애 수용은 포기나 체념이 아닙니다.
    • 아이를 “장애아”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다시 보는 순간입니다.
    • ​자폐를 ‘치료해야 할 병’이 아니라, 그 아이의 특성과 삶의 일부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 “약점을 없애는 치료”에서 “강점을 키우고, 일상과 소통을 지원하는 접근”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전환입니다.

    이 전환이 일어났을 때, 부모의 불안은 줄어들고, “완치”를 약속하는 말은 힘을 잃으며, 사이비 치료의 설득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진다고 연구는 정리합니다.

    2. ABA 전문가로서의 견해와 기준

    이제부터는 위 연구 내용을 토대로, 응용행동분석(ABA)과 근거기반 실천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 “사이비를 택한 부모”가 아니라 “혼자 남겨진 부모”
    • 진단 직후, 극심한 불안과 죄책감 속에 있는 부모.
    • 긴 대기와 짧은 진료, 공적 안내·코디네이션 부재로 인해 “혼자” 치료를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
    • 맘카페·유튜브·SNS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문가를 가장한 정보의 범람.

      ​이 상황에서 사이비 치료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부모를 만날 때는 “왜 그런 데를 가셨어요?”라는 질문보다, “그때 얼마나 혼자 결정해야 해서 힘드셨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모에게 건넬 수 있는 한 가지 기준 질문 연구에서 보듯, 부모의 마음을 지키는 중요한 전환점은 “아이를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복잡한 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에게 다음 한 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 치료는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가?”

      아이의 인격, 안전, 장기적인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완치·정상화”만을 약속하는 치료라면 경계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증상 완화나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하되, 아이의 특성과 선택, 가족의 삶 전체를 함께 바라보며,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치료라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과학적 근거 여부와 윤리성을 동시에 점검하는 간단한 필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근거기반 치료가 부모에게 갖는 의미

      근거기반 치료는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중재를, 개별 아동과 가족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실천”입니다. 이는 논문·학회에서만 중요한 개념이 아니라, 부모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 아이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 부모의 절박함·희망·죄책감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과도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막는 장치.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다 현실적인 근거 위에 올려놓게 하는 도구.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의심하는 부모는 나쁜 부모가 아닙니다. 질문하는 부모는 아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왜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나요?” “어떤 연구가 있나요?”, “ “위험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전문가를 불신하는 행동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현장에서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역할

      연구가 보여준 공백을 메우기 위해, ABA·특수교육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보 통로 역할 : 부모가 먼저 묻지 않아도, 어떤 치료가 근거기반인지, 어떤 치료는 효과 근거가 부족하거나 위험성이 보고되는지를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코디네이터의 일부 기능 수행 : 제도가 충분한 코디네이터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문가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치료·교육·복지의 전체 로드맵”을 함께 그려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혼자 결정하기’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장애 수용을 돕는 언어 사용 : “지금도 아이는 조금씩 발달하고 있다.” “골든타임 이후에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남아 있다.” “완치가 아니어도, 아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원은 계속 가능하다.”

            와 같은 메시지는, 부모가 “모든 것을 고쳐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더 넓게 보도록 돕습니다. ​이런 언어는 단지 위로가 아니라, 사이비 치료가 파고들기 어려운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작업입니다.

            3. 사이비 치료 앞에서 부모가 붙들 수 있는 하나의 기준

            끝으로, 이 연구와 ABA 관점을 함께 정리해 부모에게 건네고 싶은 기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치료를 권유받을 때마다, ‘이 치료는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바꿔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부모는, 완치를 약속하는 화려한 말 앞에서도, 사이비 치료 앞에서도, 조금씩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권정민. (2022). 자폐성장애 아동의 부모는 왜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 자폐성장애연구, 22(2), 11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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