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과 장내 미생물,인과관계 주장을 약화시키는 세 가지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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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 여년 동안 “gut-brain axis” 이라는 개념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대로 번역하면 ‘장-뇌 축’이라고 해석되어, 장과 뇌가 서로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개념으로, 특히 장내 미생물이 자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은 과학계와 대중 매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자폐 아동을 둔 부모님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식이요법, 프로바이오틱스, 분변미생물이식(FMT)과 같은 잠재적 치료법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상업적인 움직임이 견고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고 있을지 궁금하실 겁니다. 저는 우연히 11월13일 Medscape라는 의학 매체에서 기재한 ‘Is the Gut-Autism Hypothesis a ‘Dead End’?(장-자폐증 가설은 ‘막다른 골목’인가?)’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보았는데, 이 기사에서 소개한 논문을 함께 살펴보며, 자폐증과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고, 또 무엇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코크국립대학,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저널 Neuron에 발표한 한 편의 논문을 주로 소개하며, 자폐증과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기사의 핵심 근거가 된 논문을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논문 제목:
Conceptual and methodological flaws undermine claims of a link between the gut microbiome and autism (장내 미생물과 자폐증 간의 연관성 주장을 약화시키는 개념적 및 방법론적 결함)
저자: Kevin J. Mitchell, Darren L. Dahly, and Dorothy V.M. Bishop
출처: Neuron (2025)

자폐증과 장내 미생물을 연결하는 가설은 ‘자폐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믿음과 ‘자폐인에게서 위장관(GI) 문제가 흔하게 발견된다’는 관찰에 크게 힘입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여 자폐증 증상을 완화하려는 다양한 시도(식이요법, 프로바이오틱스, 대변 이식 등)가 산업계와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과학적 증거를 훨씬 앞질러 갔다”고 지적하며,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들을 체계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의 3가지 모델은 자폐인이 위장관(GI)문제 증상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모델들입니다.

모델A :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가설 (Microbiome as cause)

모델A :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가설 (Microbiome as cause)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가설 (Microbiome as cause)

현재 대중 매체나 상업적인 광고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어떤 요인(물음표로 표시됨)에 의해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생기고, 이 변화된 미생물이 ‘위장 증상’과 ‘자폐증’을 둘 다 유발한다는 모델입니다.

모델B : 역인과관계 (Reverse causation)

모델B : 역인과관계 (Reverse causation)
역인과관계 (Reverse causation)

이 모델은 자폐증 자체, 특히 감각 과민성이나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양상이, 특정 음식 질감이나 맛에 대한 선호/기피 현상이 극단적인 편식(제한된 식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들의 “특이한 식단 선호도(unusual dietary preferences)”가 장내미생물 구성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모델C : 공통의 결과 (Common consequence)

또 하나의 모델은 자폐증과 위장 증상이 서로 직접적인 원인-결과 관계가 아니라, 제3의 원인(유전자)에의해 각각 나타나는 결과라는 모델입니다

이렇듯 자폐증과 위장관(GI)의 문제는 여러가지 가설로 설명될 수가 있습니다.이 논문은 새로운 실험을 수행한 연구가 아니라,  모델A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가설 (Microbiome as cause)의 지지 기반이되는 기존의 방대한 연구 문헌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관점(Perspective)’ 논문입니다.

저자들은 자폐-미생물 가설을 지지하는 세 가지 주요 증거 라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1)인체 관찰 연구: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비교한 연구들
(2)마우스 모델 실험: 인간의 미생물을 쥐에게 이식하여 행동 변화를 관찰한 동물 실험
(3)인체 임상시험: 프로바이오틱스나 분변미생물이식(FMT) 등이 자폐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한 중재 연구

저자들의 분석 결과는”세 가지 증거 라인 모두가 심각한 개념적, 방법론적, 통계적 결함에 시달리고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1. 인체 관찰 연구의 모순성
수많은 연구가 자폐인의 미생물군이 다르다고 보고했지만, 그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연구는 특정 박테리아가 ‘적다’고 보고한 반면, 다른 연구는 ‘많다’고 보고했습니다. 미생물 다양성조차 ‘더 낮다’, ‘더 높다’, ‘차이 없다’는 결과가 혼재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표본 크기가 매우 작아(예: 그룹당 7~43명) , 우연에 의한 거짓 양성 결과를 낼 위험이 매우 컸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폐인의  ‘제한된 식습관‘ 이라는 강력한 교란 변수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즉, 자폐증 → 제한된 식단 → 미생물 변화’ (역인과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미생물 → 자폐증’이라는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2. 마우스 모델 실험의 타당성 문제 동물 실험 역시 심각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개념적 문제 1: 쥐가 구슬을 파묻는 행동(marble burying) 등을 ‘자폐 유사 행동’으로 측정하는데 , 이것이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 결함과 과연 관련이 있는지(타당성) 입증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개념적 문제 2: ‘인간’의 미생물을 ‘쥐’의 장에 이식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숙주와 미생물은 함께 진화하지 않았으며, 많은 인간 미생물은 쥐의 장에서 제대로 정착조차 못 합니다.
통계적 결함: 이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일부 논문들은, 소수의 공여자(예: 5명의 ASD 공여자)로부터 미생물을 이식받은 여러 마리의 쥐를 마치 ‘독립적인 개체’인 것처럼 잘못 분석하는 통계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올바른 통계 모델로 재분석하자, 보고되었던 유의미한 행동 차이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3. 인체 임상시험의 증거 부족
자폐 아동에게 프로바이오틱스나 분변미생물이식(FMT)을 시도한 연구들 역시 증거가 빈약했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한 연구들은 대부분 ‘오픈 라벨(open-label)’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연구 참여자와 부모가 ‘치료’를 받고 있음을 아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위약 효과(Placebo effect)가 개입될 여지가 매우 큽니다. 반면, 위약(가짜 약)을 사용한 엄격한 설계의 무작위 대조 시험(RCT)들에서는 자폐 증상 개선에 대한 일관되거나 강력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자들은 이 세 가지 증거 라인이 서로를 뒷받침하며 견고한 결론(삼각측량)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개별적으로 모두 결함이 있는 증거들이 모여 수렴하는 듯한 ‘착시'(유사 삼각측량, pseudo-triangulation)를 일으켰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이 분야는 “어떤 차이든 발견되면” 그것이 이전 연구와 모순되더라도 일단 ‘긍정적인 증거’로 간주되는 경향(저자들은 이를 ‘유사 복제, quasi-replication’라고 부름)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자폐증과 미생물 간의 인과적 연관성을 뒷받침할 만한 좋은 증거는 사실상 없다”고 선언하며 , “우리가 보기에 자폐-미생물 연구는 실질적인 진전은 전혀 없는데도, 스스로 몸집만 불려가고 있는 전형적인 분야같다“며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 연구는 특정 한개의 연구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폐-미생물 연구 분야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한계점들을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1)매우 작은 표본 크기
(2)연구 결과의 일관성 및 재현성 부족
(3)’제한된 식단’과 같은 명백한 교란 변수 통제 실패
(4)결과를 보고 가설을 세우는 관행(HARKing)
(5)부적절한 통계 분석 방법
(6)타당성이 의심스러운 동물 모델의 사용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이 논문은 과열된 연구 분야에 꼭 필요한 ‘과학적 회의론’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어줍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라는 과학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죠.

자폐인에게서 위장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며, 이는 분명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 미생물 차이가 자폐증의 ‘원인’이 아니라,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나 제한된 식습관의 ‘결과’일 수 있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합니다.

무엇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가?
우리는 이 연구 분야의 ‘윤리적’ 측면을 심각하게 다시 고찰해야 합니다. 저자들은 많은 연구자가 특허, 스핀오프 회사, 산업계 펀딩 등 “경쟁적인 상업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합니다.이러한 ‘과대광고(hype)’는 결코 무해하지 않습니다. 이는 규제받지 않는 ‘웰니스 산업’에 편승하여 , 해결책을 간절히 찾는 취약한 가족들에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치료법(예: 프로바이오틱스, FMT)을 판매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ASD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여러 경로를 걸쳐 장내세포 개선과 관련된 방법을 시도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ASD아동들의 위장관(GI)문제는 실제로 많이 보고 되는 상황으로, 위장관(GI)문제를 개선시킨다는 보고에 따라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하는것은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그 개선이 ASD의 기본적 특징을 개선하거나 완치를 하는것을 기대하며 교육적 중재와  양자택일을 고민을 한다면 그 방법은 추천할 수 없는 옵션 입니다.

많은 위장관(GI)문제를 가지고 있는 모든 대상자들에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권하는 공통적인  조건은 “식습관 개선”일 것입니다.

문헌 정보
Mitchell, K. J., Dahly, D. L., & Bishop, D. V. M. (2025). Conceptual and methodological flaws undermine claims of a link between the gut microbiome and autism. Neuron, 114(2). https://doi.org/10.1016/j.neuron.2025.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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