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ABA: ‘보여지는 기술’에서 ‘존중하는 과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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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응용행동분석)를 둘러싼 수많은 말들 속에서 때로는 부모님이, 때로는 전문가가 길을 잃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과학적 효과를 강조하고 누군가는 아이의 권리를 우려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목적은 아이의 행복한 삶에 있습니다. 그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할 세 가지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1. ‘특별한 선택이 아닌 당연한 존중이 되는 ABA

최근 현장에는 연민 중심(Compassion-focused), 동의 기반(Assent-based), 트라우마 정보 기반(Trauma-informed) ABA 등 수많은 새로운 명칭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더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소중한 약속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를 존중하는 이러한 태도가 특정 치료실을 가야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처럼 여겨지는 현상입니다. 만약 아이의 거부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옵션’이 된다면, 부모님들은 선택의 혼란과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겪게 됩니다. 아이의 의사를 묻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모든 ABA 현장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최선의 관행이자 우리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2. 이념적 구호보다 절실한 중증 자폐아이들의 현실

자폐는 고쳐야 할 병이 아니며, 모든 아이는 내면에 온전한 지능을 숨기고 있다는 담론이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믿어주는 이 시각은 매우 따뜻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칫 위험한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해나 공격성으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중증 자폐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이미 온전하니 교육이나 중재는 필요 없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도움의 손길을 막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위험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기술들을 단순히 ‘인권 침해’로만 바라본다면, 정작 가장 절실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적 구호보다, 아이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따뜻하고도 과학적인 지지입니다.

3. ‘철학적 회의사회적 타당성의 회복

ABA가 진정한 의미의 지지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와 전문가 사이의 두 가지 약속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전문가가 “내가 지금 하는 방식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철학적 회의’입니다. 데이터 수치에만 매몰되어 부모님의 절실한 목소리나 아이의 미세한 거부 의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겸허하게 살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실제로 아이와 가족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묻는 ‘사회적 타당성’입니다. 부모님은 외부의 시선보다 “우리 아이가 이 시간을 통해 얼마나 존중받으며 세상과 연결되고 있는가?”를 가장 먼저 살펴주세요. 전문가와 부모가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질적인 독립의 힘’을 선물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ABA는 완성된 정답지가 아니라, 아이와 세상 사이를 잇기 위해 부모와 전문가가 함께 빚어가는 ‘소통의 길’입니다. 우리가 겉모습만 화려한 이름에 현혹되지 않고, 이념적 구호보다 아이의 현실적인 성장을 우선하며, 늘 스스로를 개선해 나갈 때 ABA는 비로소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Graber, J., & Graber, A. (2025). Applied behavior analysis at a crossroads: Reform, branding, and the future of behavior analysis. Perspectives on Behavior Science, 48(3), 577-588.
Lutz, A. S. (2025). Applied behavior analysis in the crosshairs: Neurodiversity, the intact mind, and autism politics. Perspectives on Behavior Science, 48(3), 547-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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