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속도는 ‘틀린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어가는 중’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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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수없이 많은 벽에 부딪힙니다. 때로는 아이의 행동이 나를 괴롭히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내 아이만 왜 이럴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하코트(Edward Harcourt)의 논문 「광기, 악함, 그리고 미성숙함(Madness, Badness and Immaturity)」을 읽으며 우리 현장에 필요한 관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본래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쓰였지만, 발달장애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도 본질적으로 깊게 맞닿아 있어 우리에게 새로운 위로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아이를 볼 때 늘 “이게 정상인가? 치료가 필요한 병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하지만 하코트의 논의는 우리에게 ‘건강/질병’의 잣대가 아닌 ‘성숙/미성숙’의 잣대로 아이를 보라고 조언합니다.

(1) 관점의 변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고쳐야 할 ‘고장’이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미성숙’의 상태입니다.
(2)성장의 가능성: 미성숙은 시간이 걸릴 뿐, 본질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3)부모의 여유: 아이를 ‘환자’가 아닌,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볼 때 부모님의 마음에도 비로소 여유가 생깁니다.

아이의 도전적 행동은 ‘나쁜 마음’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 생각이 먼저 생기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나온다”고 이해합니다. 분명 생각은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응용행동분석의 관점에서는, 타고난 반사적·불수의적 반응을 제외한 대부분의 행동은 태어난 이후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학습된 결과로 봅니다

아이의 경험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정서와 반응 방식을 함께 형성합니다. 반복된 경험을 통해 공포, 즐거움, 회피, 접근과 같은 정서적·행동적 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는 유사한 상황에서 다시 활성화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면 요구가 수용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행동은 ‘의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반복될 가능성이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생각이 먼저일까요, 행동이 먼저일까요?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단순히 선후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생각과 행동은 분리된 두 개의 영역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순환 체계에 가깝습니다.(물론, 우리 응용행동분석가들은 그 첫시작점은 경험이라고 믿습니다.) 경험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다시 행동에 영향을 주며, 그 행동의 결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됩니다. 이 상호작용의 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의 도전적 행동을 “나쁜 생각에서 나온 행동”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반복되는 문제 행동을 보다 보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까”, “아이가 못되서”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을 경험의 산물로 본다면 해석은 달라집니다. 아이는 ‘나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배워 온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관점의 전환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행동이 학습의 결과라면, 새로운 학습을 통해 변화도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행동이 강화되고 반복되면, 아이의 사고와 정서 체계 역시 그에 맞게 재구성됩니다.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고 믿는 관점에서도, 긍정적 행동이 늘어났다는 것은 결국 아이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 부모님은 아이가 나를 무시하거나 성격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합니다. 하지만 철학적 관점에서 이는 ‘악함(Badness)’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아직 ‘어린(Immaturity)’ 것뿐입니다.

(1)부모 마음 다스리기: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 실패’로 규정하면 부모는 화가 나거나 절망하게 됩니다.
(2)기술의 교육: 이를 ‘아직 배우지 못한 발달의 단계’로 이해하면, 우리는 비난 대신 아이에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차분히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3)단계별 우수성: 영유아에게는 그 시기만의 고유한 관계 맺기 능력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수리공’이 아니라 ‘안전한 기지’입니다

하코트가 인용하는 이론들처럼, 인간 성숙의 핵심은 ‘안정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장애를 고치는 수리공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1)최고의 치료: 아이가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끼고, 부모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 모든 성숙의 시작입니다.
(2)신뢰의 힘: 부모님이 아이와 맺는 따뜻한 눈맞춤과 신뢰는 그 어떤 정교한 치료 기법보다 아이를 더 성숙한 존재로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부모님의 행복이 아이 성숙의 밑거름입니다

하코트는 ‘좋은 삶(Good life)’과 ‘성숙’을 하나로 연결합니다. 부모님이 아이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우울감에 빠져 있다면, 아이 역시 성숙의 모델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1)함께 걷기: 아이의 발달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평생의 여정입니다.
(2)자기 돌봄: 부모님이 먼저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신의 삶을 돌보는 것은 방임이 아니라, 아이에게 ‘행복한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육입니다.

“우리는 모두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 장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가문의 불행도 아닙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길고 세심한 ‘성숙의 과정’이 필요할 뿐입니다. 아이를 ‘문제 덩어리’로 보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오늘도 내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간다움을 배워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세요. 치료사와 부모가 이 믿음을 공유할 때, 아이는 비로소 ‘낙인’이 아닌 ‘사랑’ 속에서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참고문헌
Harcourt, E. (2018). Madness, Badness and Immaturity: Some Conceptual Issues in Psychoanalysis and Psychotherapy. Philosophy, Psychiatry, & Psychology, 25(2), 12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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