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자기 방어권: 법적 보호와 개선 방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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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자기 방어권: 법적 보호와 개선 방향 1에서는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유형과 그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자기 방어권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발달장애인이 피의자가 되었던 실제 사례들을 통해 장애인의 법적 보호 강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에 대해 살펴 보고자합니다.

사례 연구1: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은 장애인의 자기 방어권이 철저히 무시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9년 2월 6일 새벽 2시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마켓(나라슈퍼)에 강도가 침입하여 슈퍼를 운영하던 70대 노부부가 공격당해 남편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삼례읍 일대에서 생활하던 3명의 청년들(당시 19~21세, 지적장애와 경계성지능장애가 있었음)을 범인으로 지목하였습니다. 명확한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경찰은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였고, 장애인들에게 장시간의 강압적 취조와 폭언과 폭행을 가하며 허위 자백을 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피의자들은 1999년 기소되어 1명은 징역 6년, 나머지 2명은 각각 장기 4년 단기 3년에 처해졌습니다.

이들의 형이 최종 확정된 지 한 달 만인 1999년 12월 진범이 경찰에 자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그들의 자백을 신뢰할 수 없으며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청년들의 진술을 번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모두 복역을 마쳤으며 17년간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살아야 했습니다.

2015년 3월 재심이 청구되어 2016년 12월 28일 결국 무죄가 밝혀졌으나, 해당 사건을 조작한 경찰과 검찰 관계자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장애인의 법적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얼마나 큰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례연구 2: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2007년 5월 14일,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15세 소녀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수원역 대합실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20대 남성 두 명을 용의자로 체포하고 이들의 자백을 근거로 당시 그 일대에서 노숙하던 10대 청소년 5명을 추가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이들 중 주범으로 지목된 강모씨는 경계성 지능장애(지적장애 3급 수준)가 있었는데 그는 복잡한 진술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했지만 초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진술보조인이나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는 경찰의 강압 수사와 폭행 및 협박 하에 그들이 유도하는 대로 자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등에서 억울한 피고인들의 무죄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박준형 변호사의 노력으로, 강 씨는 2016년 10월 5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0대 청소년들과 5년의 형기를 마친 다른 노숙인 한 명도 그들의 자백이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조작되었음이 인정되어 누명을 벗었습니다.

이 사건은 강압수사와 허위자백의 위험성과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수사 과정에서 적절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의 허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강압수사를 방지하고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변호인 참여권)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장애인의 법적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향

1. 사회적 인식 개선

  •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법적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공공 홍보 및 미디어 활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장애인을 위한 법률 지원 및 권리 보장 강화

  • 진술보조인 및 특별 보조인 제도를 활성화하고, 장애인을 위한 법률 지원 시스템을 확대해야 합니다.
  • 국선변호인 제도(형사소송법 제33조)를 적극 활용하여 장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이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 장애인이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즉각적인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핫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애 유형별 맞춤형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장애인의 이해를 돕는 법률 조력자(심리 전문가,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장애인 사건을 전담하는 공익변호사 및 국선변호사 인력을 확대하고, 장애인의 법적 권리 보호를 위해 무료 법률 지원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3. 제도적 보완

  • 장애인의 법적 지원을 강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압 수사 및 허위 자백 유도를 철저히 금지하는 법적 조항을 강화하고, 경찰과 검찰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시행하며 수사 과정에서 강압 수사 의혹이 발생하면 즉각 감찰을 진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운영해야 합니다.
  • 경찰청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매뉴얼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여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경찰, 검찰, 판사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인권 보호 및 공정 수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인지능력과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결론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존재합니다. 장애인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하고,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의 권리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도서

김예원. (2019).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 인권 이야기. 도서출판 이후.

웹사이트

장애인권법센터. 장애인권법센터 공식 홈페이지. http://draclaw.kr/

대한 법률구조공단. 대한 법률구조공단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lac.or.kr/main.jsp

대한민국 법무부.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j.go.kr/moj/index.do

사회적 약자를 돕는 법률서비스 모음. (2016, December 7). Hello Policy 블로그. https://blog.naver.com/hellopolicy/220953273659

법원사람들. (2017, March).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재판진술, 이제는 걱정 NO! 진술 보조인 제도 본격 시행!http://www.scourt.go.kr/portal/gongbo/PeoplePopupView.work?gubun=22&sDate=201703&seqNum=1712

아주경제. (2024, October 15). 발달장애인 신뢰관계인 동석고지 않은 경찰조사 위법: 법원 첫 판단. https://www.ajunews.com/view/20241015183252664

어느 아스퍼거 부모. 발달장애인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네이버 카페. https://cafe.naver.com/asperger/26280

사례 관련 기사

세계일보. (2019, March 21). 성범죄 발달장애인 사례. http://www.segye.com/newsView/20190321609442?OutUrl=naver

한국일보. (2022, December 15). 치료감호소 발달장애인 구금 사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516300000204

서울경제. (2023, July 26). 옷 만졌는데 철창 행 발달장애인. https://www.sedaily.com/NewsView/29N5X3GF1C

아주경제. (2023, July 26). 장애인을 위한 사법은 없다. https://www.ajunews.com/view/20230726165346843

한국일보. (2023, March 7). 조력권 고지 없이 장애인 수사한 서울 구치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0712120003890

조선비즈. (2023, March 23). 인권위 발달장애인 범죄자 신문 과정서 권리 보호해줘야.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3/23/IYS3YGZ2R5C4NJENN4QB5HXX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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