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개봉된 영화 도가니로 인해 발달장애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인권보호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언론 보도와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는 꾸준히 조명되고 있으며, 관련 법 개정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은 범죄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법적 보호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부당한 처벌을 받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유형과 자기 방어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현실과 문제점
1. 발달장애인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관련 사건이 발상할 때마다 이를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대부분 발달장애인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발달장애인이 범죄의 피의자가 되는 경우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한국장애인 개발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피의자가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에서 받은 법률상담 지원 건수는 2018년에서 2021년까지 4년간 연평균 411건에 달했으며 2022년 상반기에만도 228건이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약식 기소로 마무리되는 경미한 사건에서 발달장애인의 비율에 대한 공식 통계는 부족하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자기변호나 옹호가 어려워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2. 발달장애인 피의자의 유형
발달장애인 피의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범죄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
범죄 사실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구분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 사례입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수사 절차를 거쳐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2) 충동조절·분노조절 장애를 동반한 경우
범죄의 잘잘못을 인지하고 있으나, 충동조절 장애 및 분노조절 장애를 동반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입니다. 단순 처벌보다는 입원 치료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치료 지원이 필요합니다.
3)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
특정 자극(소리, 색, 신체 접촉, 환경 변화 등)에 취약하여 우발적으로 행동을 한 사례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실제 범죄로 성립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식기소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초래합니다.
3. 성범죄와 관련된 발달장애인 오인 사례
발달장애인은 성적 충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례를 의도적인 성범죄로 간주할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충동을 조절하지 못한 경우
발달장애인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의 인지 정도와 충동조절 능력에 따라 적절한 처벌과 치료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시설 보호만으로는 피해 예방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2) 오해로 인한 성범죄 의심 사례
발달장애인이 타인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발생하여 성범죄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범죄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이상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인지 치료, 보조 인력 배치,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가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자기 방어권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1. 진술보조인 제도
2016년에 개정되어 1년 후부터 시행된 민사소송법 제 143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술보조인 제도는 장애인과 같은 법률적·사회적 약자가 법정에서 원활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장애인 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인 경우, 법원은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해 진술보조인을 선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진술보조인은 법정에서 장애인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법원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중재합니다. 그러나 진술보조인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제도 활용이 활성화 되지 않은데다 법적 강제력이 미흡하여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의사 무능력자를 위한 특별 보조인 제도
장애인이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예: 아동, 성폭력 피해자 등)이 수사나 재판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즉,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의사 무능력자도 형사소송법상 후견인 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소송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활성화 및 전문가의 충분한 배치가 필요합니다.
3.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매뉴얼(경찰청, 2015년 발간)
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사 절차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수사기관이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