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문제행동을 마주하는 보호자와 전문가들에게 가장 허탈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 치료실에서 분명히 개선되었던 행동이 집이나 학교라는 다른 환경으로 돌아갔을 때, 혹은 시간이 흐른 뒤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나는 ‘재발’의 순간일 것입니다. 최근 10년간 기능분석 연구 대상의 74.2%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라는 점은, 우리가 이들의 행동 원인을 파악하고 중재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재의 성공은 ‘행동의 소거’가 아니라 ‘유지의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1. 행동의 뿌리를 찾는 지도: 기능분석
행동분석학의 관점에서 문제행동은 무의미한 소음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가장 빈번한 원인은 사회적 부정 강화(회피, 21.1%)와 자동 강화(자기 자극, 17.1%)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닌 여러 원인이 얽힌 다중 통제(39.0%)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격성이 타인의 관심을 얻거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도구’라면, 상동 행동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는 ‘내적 보상’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행동의 형태가 아닌 기능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중재의 첫 단추입니다.
2. 왜 공든 탑이 무너지는가: ‘맥락‘과 ‘충실도‘의 함정
치료가 효과적이었음에도 행동이 재발하는 이유는 학습의 ‘조건부 특성’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특정 치료실(A)에서의 규칙을 배우지만, 거실이나 교실(B)로 이동하면 뇌는 “여기서는 예전 방식이 통할지도 몰라”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갱신(Renewal)’ 현상이라 부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다음과 같은 실생활(부모의 중재)에서의 절차적 충실도 오류입니다.
* 잘했을 때 칭찬하는 것을 잊음.
* 아이의 떼쓰기에 견디다 못해 실수로 요구를 들어줌.
조사에 따르면 완벽하게 훈련받은 보호자조차(88%) 아이가 떼를 쓸 때 실수로 그 요구를 들어주는 오류를 범합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아이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강화제를 얻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재습득)가 되어, 사라졌던 행동을 더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됩니다.
3. 재발 방지를 위한 전략: 지속 가능한 중재
우리는 아이가 치료실이라는 ‘온실’ 밖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교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일반화 훈련: 단 한 명의 치료사가 아닌, 여러 장소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중재를 연습해야 합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규칙은 동일하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 변별 자극(시각적 단서) 활용: 치료실에서 사용했던 특정 시각 카드 등을 집에서도 사용함으로써, 아이가 새로운 장소에서도 ‘학습했던 기억’을 쉽게 떠올리게 돕습니다.
* 점진적 비율 훈련: 최신 연구가 주목하는 이 방법은 강화제의 제공 간격을 서서히 늘려가는 것입니다. 즉각적인 강화제의 제공이 없어도 행동을 유지할 수 있는 ‘행동의 내성’을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중재는 ‘점‘이 아닌 ‘선‘의 과정입니다!
문제행동의 재발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중재가 일상의 맥락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보호자의 88%가 실수를 범한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자책보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아이의 행동은 환경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일관된 환경과 명확한 신호를 제공할 때, 아이는 비로소 문제행동이라는 거친 소통 방식 대신 세상과 더 부드럽게 대화하는 법을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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